그러나, 뉴카슬 원정은 NSW Railcorp의 열차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리고, 걸어서 30분을 또 가야 하는 고역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 돈이 적게 드는 원정으로써, 생각보다 많은 인기가 있었다. 이에 나도 Ausgrid Stadium(이전에 Energy Australia Stadium이었으나, Energy Australia가 이름을 Ausgrid로 바꾸면서 경기장 이름도 함께 바뀌었다. 그래, 스폰서는 위대하다.)을 구경할 겸 함께 원정 길에 나섰다.
혼즈비(Hornsby) 역의 모습. |
뉴카슬로 향하는 열차는 종점 행이기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행(Express;여기서는 Limited Stops라 한다) 열차이다. 시드니 팬들은 1시간에 1대 씩 있는 열차를 고려해서 열차가 지나가는 주요 역의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크게 3개의 열차를 골라서 타고 오라고 친절하게 표시해 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 날 열차 한 대를 놓쳐서 혼즈비 역에서 49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처음엔 정말 지루했지만, 가져간 FourFourTwo 호주판을 읽으니 금방 시간이 갔다. (참고로 호주판 FourFourTwo는 정말 읽을 게 없다. 차라리 웹사이트가 잘 되어 있으니 호주 축구에 대해 읽을 거라면 웹사이트 - http://au.fourfourtwo.com/ 으로 가라.)
결국 열차를 탄 나는 다시 또 지루한 2시간의 여행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이미 센트럴 코스트를 보러 2번이나 가면서 풍경은 다 봤기에 그닥 재미는 없었다. 고스포드를 지나고 나서 약간 달라진 자연 경관이 신기하기는 했으나, 뭐 거기서 거기였다.
경기장 가는 길. 빨간 색이 갈 때 뭣도 모르고 시드니 팬들 따라간 길, 파란 색이 경기 끝나고 친구들과 나온 길. 확연히 길이가 차이난다. |
뉴카슬 경기장이 위치한 브로드미도우(Broadmeadow)역은 티켓 출입구(Turnstile)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티켓을 사지 않는 건데. 내가 있는 아르타몬 역(Artarmon)도 마찬가지로 없기 때문에 무임승차해도 모른다.
전화로 물어보니 출입구는 2개지만 나가는 통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지하로 주욱 내려가서 왼쪽으로 2번 돌아 나오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곳에서부터는 시드니 팬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이 가족 시드니 팬들은 길을 잘 모르는지, 위 사진의 빨간 선을 따라서 이동했고 나도 그렇게 갔다. 처음 공원 길에서 Ausgrid Stadium의 모습이 확연히 보이길래, 자 이제 가면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왠 걸, 그 가족은 왼편으로 삥 돌아서 갔다.
그러자 뉴카슬 팬들이 모여있는 테니스 클럽(Tennis Club) 펍이 있었다. 말 그대로 테니스 코트가 펼쳐져 있고 그 일부 건물에 펍이 있었는데, 경기장에서 가까운 관계로 뉴카슬 팬들의 집합소가 된 곳이었다. 우리는 이를 빙 돌아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서울의 올림픽 공원이 생각나는 큰 잔디밭이다. |
Ausgrid Stadium으로 향하는 행렬에는 시드니 팬, 뉴카슬 팬 할 거 없이 섞여서 경기장으로 줄지어 이동했다. 뉴카슬 팬들에는 확연히 어린이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저런 어린이들이 자라나서.... 쌍욕을 하며 선수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겠지..;
입구는 꼴랑 하나다. 여기 턴스타일도 바코드 스타일이다. |
시드니를 같이 응원하는 친구가 티켓을 미리 사왔다. 근데 겨우 7달러? 알고보니 어린이 용으로 티켓을 끊은 것이다. K-리그에서도 나름 초대권으로 들어가는 봤지만 어린이 용으로 들어가긴 처음이었다. 바코드 시스템이 안 좋은 점은, 확실히 바코드에 찍혀서 들어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면은 위와 같다. |
나름 현대화된 구장으로 시설은 꽤 괜찮은 편이다. 이 곳은 1층의 맨 위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스탠드다. 메인 스탠드 맞은 편인 셈. 원정 팬인 시드니 팬들의 자리는 이 스탠드의 가장 끝이었다. 스튜어드들이 서 있는 곳이 보통 원정석이다.
맥도날드 힐. 가족 단위 관중 모으기엔 좋을 거 같다. 물론 시드니 팬들은 "거기 언덕 위에 패티가 있네!"라며 조롱. 맞은편도 동일하다. |
경기장 참 좋았다. 사실 축구 경기장이 이래야 볼 맛이 난다. 물론 코너에 처박혀서 햇빛이 계속 내려쬐는 최악의 자리를 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야 확보는 잘 되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시드니 친구들에게 "성남에서는 관중석과 피치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개그까지 할 정도다"라고 했을까.
경기는 파스칼 보샤트(Pascal Bosschaart)의 어이없는 실책과 함께 제레미 브로키(Jeremy Brockie)의 멋진 발리 슛에 힘입은 뉴카슬의 1-0 승리로 전반을 마쳤다. |
사실 이 이후는 경기 보느라 거의 사진을 안 찍었지만, 폭스 스포츠에는 계속 나왔다. 후반 들어 시드니의 이탈리아 스트라이커인 브루노 카자린(Bruno Cazarine)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시드니 팬들이 그렇게 기대를 숨기지 않아왔던 (맨날 이 노래 부르더라. Hey, Gorgeous, what's your name? My.. name.. is.. Juho Makela, I'm not gonna failure!) 유호 마켈라가 역전 골을 터뜨리며 시드니의 상승 세를 이어갔다.
사실 유호가 골을 터뜨리기 전, 나는 왠지 골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감지하고 내려갔다.
폭스 스포츠에도 잡혔다.
점수판 밑에 떡하니 나와 있다. |
그리고 그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정말 귀신같이 잘 찍었다.
경기가 끝나고, 아까 위에 표시한 파란색 길을 지나 다시 역에 도착했다. 아 이제 갈 일이 꿈만 같다...라고 생각하고만 있었다. 한껏 흥에 겨운 시드니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고, 반대편 플랫폼에 뉴카슬로 향하는 팬들을 향해 장난스레 노래를 부르며 도발을 했다. 일부 뉴카슬 팬 한 두명이 역 바깥에서 뭐라고 항변했지만 이내 소리는 묻혀버리고 자기 갈 길을 가더라.
사진 오른쪽 역 이름 팻말 'Broadmeadow' 아래에는 'Home of Newcastle Knights'라고 적혀 있다. 정말 AFL의 인기가 대단한가 보다. |
사실 호주에 도착해서 럭비나 AFL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런 공공 기관에도 AFL 팀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를 자랑스레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이 나라가 얼마나 AFL이라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지 가늠할 수 있다는 잣대다.
역사 한 켠에는 뉴카슬 나이츠의 광고가 붙어 있다. 물론 나는 청주 SK 나이츠가 생각나서 약간 씁쓸하긴 했다. |
재미있는 원정길이었고, 결과도 좋았다. 다음에도 원정길이 있다면 동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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