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2011

2011-12 A-League R12 Sydney v Adelaide

사실 그 동안 블로그에 소홀 했던 데에는, 미친 연말/연초 스케쥴과 더불어 연초에 좀 정신을 놓고 있었던 감이 크다.

다시 돌아와서 이제 2011년 12월 22일! 꿈만 같은 크리스마스 휴가 시작일이다. 이 날은 초긴장 상태로 업무를 마치고 나서는 재빨리 6시가 되자마자 열차에 몸을 싣고 센트럴로 향했다. 그리고 센트럴에서 Elizabeth st./Chalmers st. 방향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을 만났다.

A가 바로 KB Hotel이다.


이 친구들을 만나 Foveaux st.을 따라 주욱 올라가면 Riley st. 과 만나는 지점에 KB Hotel이 있는데 이 곳의 1층 펍이 바로 경기 전 시드니 팬들의 아지트. 이 곳에서 간단히 한 잔씩 하고 얘기를 나누다가 그대로 Foveaux st. 을 따라 올라간다.


사진상에 South Dowling st.와 Anzac Parade 사이의
나무 표시가 된 곳에는 항상 태극기와 호주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한국 전쟁에 참여한 호주/뉴질랜드 군(ANZAC)을 기리는 공원이기 때문이다.



사거리를 지나면 이상하게 이름이 바뀐다. Fitzroy st. 을 따라 내려가면 나름 큰 도로가 하나 나오는데 여기도 3번에 걸쳐 신호를 받고 지나가면 바로 나오는 무어 파크. 이 곳이 바로 시드니의 홈 구장인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Sydney Football Stadium)이다. 줄여서 SFS라고 부르는 이 곳의 앞에는 공교롭게도 럭비 리그(Rugby League) 사무실이 들어설 예정이고 한참 공사중에 있다.


무어 파크에 들어서면 다음과 같은 풍경에 직면하게 된다.
모두가 경기장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모습.


왼쪽 건물이 아까 말한 럭비 리그 사무실.
그 오른 편으로 시드니 FC 물품 판매 트럭이 있고 그 옆으로 들어가면 된다.


생각보다 스타디움이 너무 컸다. 아무리 A-리그 최고 인기 팀 중 하나라지만 이건 거의 뭐 월드컵 구장 급이다. 그래도 침착하게 왼편으로 돌아가 Gate C로 입장(보통 골대 뒤 홈 좌석은 Gate C로 입장하면 된다)하고 나니..


어두워서 좀 흔들렸다. 왼쪽 계단에 'Bay 20 to 23' 라고 써 있는데,
흔히들 코브(Cove)라고 부르는 시드니 응원석이 바로 Bay 23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참 아늑한 동네가 나온다.


이것이 바로 코브(Cove).


사실 코브는 침식이 일어나 구불구불해진 해안선을 가리키는 말로, 시드니 가운데 떡하니 커다란 만이 생긴 것도 바로 그 코브라고 부른다. 서포터 석의 이름을 코브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시드니의 도시 정체성에 크게 영향받은 것이다.


솔직히 시야는 딱히 기대할 수 없었다. 경사가 낮아서..

코브 양 옆에는 이렇게 날개가 달려 있어 여기서 보면 잘 보인다.
그러나 한 번도 앉아서 경기를 보진 못했다.

코브 뒤에는 이렇게 지붕이 달려 있는 넓직한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서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라서 그런지 축제의 분위기가 났다.

가운데 보면 저 사람은 선물 박스 코스튬을 입고 왔다.

하프 타임에 올라가 위에서 찍었다. 확실히 시야가 괜찮다.

위층 좌석은 확실히 다르구나..

아까 본 지붕 안 쪽의 바.

이 아저씨 계속 쑈한다.

경기 중 같은 팬 끼리도 술 먹고 시비가 붙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면 스튜어드가 바로 출동해서 문제 원인 제공자를 바로 잡아간다.

돌아가는 길. 리그 최하위 팀과 2-2로 비기고 나면 기분이 뭐같다.

결국 이 날 건진 건 머플러. 이마저도 22달러 줬다. 거의 24000원 준 셈.
이것도 25달러 짜리를 시드니 3 Game Pack 멤버 할인으로 10% 깎은 것이다.
시드니 3 Game Pack 멤버는 정말 제대로 시즌권 경험 해보게 해준다.

이렇게 아쉬운 경기를 뒤로 하고 빨리 돌아와 잤던 이유는, 다음 날 바로 대망의 멜버른 더비를 위해서 멜버른으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보면 알겠지만 참.. 페트라토스 멋진 골이 그나마 볼 만 했다.

아쉬운 나의 SFS Debut 경기였다.


12/20/2011

A-리그 어플리케이션

근래 A-리그를 보게 되면서 A-리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A-리그 어플리케이션은 주관 방송사인 폭스 스포츠(Fox Sports)가 만든 것으로 상당히 잘 만들었기에 이를 K-리그 어플리케이션이 따라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치데이 화면. 그다지 특별할 건 없다.


날씨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근래 5경기 전적 및 현 순위가 나와 있는 것이 포인트.

Form을 잘못 만든건지는 몰라도 Worm을 누르면
시간 변화에 따른 양 팀의 골득실 차이가 나온다.
그 밑에는 간략한 타임라인.

다양한 수치.

요건 내 팀 설정해 놓은 시드니 FC 화면.
항상 순위 / 최근 5경기 폼은 기본이고,
선수 리스트 및 공식 트위터 계정 트윗까지 볼 수 있게 연결해놨다.

중요한 것. 세팅 가면, 자신의 팀 일정을 애플 달력에 동기화 시킬 수 있다.
이거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K-리그도 나름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일단 해놓고 봤던 거 같은데,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져 아쉬웠었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도 더 나은 서비스 제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거 같으니 K-리그 어플리케이션이 이보다 더 좋게 나오길 바랄 뿐이다.

12/19/2011

2011-12 A-League R11 Newcastle v Sydney

뉴카슬 원정이란 참 가깝고도 멀다. 무슨 말이냐 하면, 호주는 대륙이기에 대부분의 A-리그 팬들은 보통 원정을 잘 가지 않지만, 가게 될 경우에는 비행기를 타고 간다. 이에 브리즈번, 골드코스트는 비행기 포함 2~3시간이면 되고, 멜버른, 아들레이드 원정은 비행기 포함 4~5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왔다갔다 하면 은근히 바빠서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뉴카슬 원정은 NSW Railcorp의 열차를 타고 2시간 반을 달리고, 걸어서 30분을 또 가야 하는 고역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나름 돈이 적게 드는 원정으로써, 생각보다 많은 인기가 있었다. 이에 나도 Ausgrid Stadium(이전에 Energy Australia Stadium이었으나, Energy Australia가 이름을 Ausgrid로 바꾸면서 경기장 이름도 함께 바뀌었다. 그래, 스폰서는 위대하다.)을 구경할 겸 함께 원정 길에 나섰다.

혼즈비(Hornsby) 역의 모습.

뉴카슬로 향하는 열차는 종점 행이기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급행(Express;여기서는 Limited Stops라 한다) 열차이다. 시드니 팬들은 1시간에 1대 씩 있는 열차를 고려해서 열차가 지나가는 주요 역의 시간표를 만들어 놓고 크게 3개의 열차를 골라서 타고 오라고 친절하게 표시해 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 날 열차 한 대를 놓쳐서 혼즈비 역에서 49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처음엔 정말 지루했지만, 가져간 FourFourTwo 호주판을 읽으니 금방 시간이 갔다. (참고로 호주판 FourFourTwo는 정말 읽을 게 없다. 차라리 웹사이트가 잘 되어 있으니 호주 축구에 대해 읽을 거라면 웹사이트 - http://au.fourfourtwo.com/ 으로 가라.)

결국 열차를 탄 나는 다시 또 지루한 2시간의 여행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이미 센트럴 코스트를 보러 2번이나 가면서 풍경은 다 봤기에 그닥 재미는 없었다. 고스포드를 지나고 나서 약간 달라진 자연 경관이 신기하기는 했으나, 뭐 거기서 거기였다.

경기장 가는 길. 빨간 색이 갈 때 뭣도 모르고 시드니 팬들 따라간 길,
파란 색이 경기 끝나고 친구들과 나온 길. 확연히 길이가 차이난다.


뉴카슬 경기장이 위치한 브로드미도우(Broadmeadow)역은 티켓 출입구(Turnstile)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티켓을 사지 않는 건데. 내가 있는 아르타몬 역(Artarmon)도 마찬가지로 없기 때문에 무임승차해도 모른다.

전화로 물어보니 출입구는 2개지만 나가는 통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지하로 주욱 내려가서 왼쪽으로 2번 돌아 나오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곳에서부터는 시드니 팬들을 따라갔다. 그런데 이 가족 시드니 팬들은 길을 잘 모르는지, 위 사진의 빨간 선을 따라서 이동했고 나도 그렇게 갔다. 처음 공원 길에서 Ausgrid Stadium의 모습이 확연히 보이길래, 자 이제 가면 되나?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왠 걸, 그 가족은 왼편으로 삥 돌아서 갔다.

그러자 뉴카슬 팬들이 모여있는 테니스 클럽(Tennis Club) 펍이 있었다. 말 그대로 테니스 코트가 펼쳐져 있고 그 일부 건물에 펍이 있었는데, 경기장에서 가까운 관계로 뉴카슬 팬들의 집합소가 된 곳이었다. 우리는 이를 빙 돌아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서울의 올림픽 공원이 생각나는 큰 잔디밭이다.

Ausgrid Stadium으로 향하는 행렬에는 시드니 팬, 뉴카슬 팬 할 거 없이 섞여서 경기장으로 줄지어 이동했다. 뉴카슬 팬들에는 확연히 어린이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저런 어린이들이 자라나서.... 쌍욕을 하며 선수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겠지..;

입구는 꼴랑 하나다.
여기 턴스타일도 바코드 스타일이다.

시드니를 같이 응원하는 친구가 티켓을 미리 사왔다. 근데 겨우 7달러? 알고보니 어린이 용으로 티켓을 끊은 것이다. K-리그에서도 나름 초대권으로 들어가는 봤지만 어린이 용으로 들어가긴 처음이었다. 바코드 시스템이 안 좋은 점은, 확실히 바코드에 찍혀서 들어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장면은 위와 같다.

나름 현대화된 구장으로 시설은 꽤 괜찮은 편이다. 이 곳은 1층의 맨 위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 있는 스탠드다. 메인 스탠드 맞은 편인 셈. 원정 팬인 시드니 팬들의 자리는 이 스탠드의 가장 끝이었다. 스튜어드들이 서 있는 곳이 보통 원정석이다.

맥도날드 힐. 가족 단위 관중 모으기엔 좋을 거 같다.
물론 시드니 팬들은 "거기 언덕 위에 패티가 있네!"라며 조롱.
맞은편도 동일하다.

경기장 참 좋았다. 사실 축구 경기장이 이래야 볼 맛이 난다. 물론 코너에 처박혀서 햇빛이 계속 내려쬐는 최악의 자리를 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야 확보는 잘 되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시드니 친구들에게 "성남에서는 관중석과 피치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개그까지 할 정도다"라고 했을까.

경기는 파스칼 보샤트(Pascal Bosschaart)의 어이없는 실책과 함께
제레미 브로키(Jeremy Brockie)의 멋진 발리 슛에 힘입은 뉴카슬의 1-0 승리로 전반을 마쳤다. 

사실 이 이후는 경기 보느라 거의 사진을 안 찍었지만, 폭스 스포츠에는 계속 나왔다. 후반 들어 시드니의 이탈리아 스트라이커인 브루노 카자린(Bruno Cazarine)이 동점골을 터뜨리고 경기 종료 10분을 남기고 시드니 팬들이 그렇게 기대를 숨기지 않아왔던 (맨날 이 노래 부르더라. Hey, Gorgeous, what's your name? My.. name.. is.. Juho Makela, I'm not gonna failure!) 유호 마켈라가 역전 골을 터뜨리며 시드니의 상승 세를 이어갔다.

사실 유호가 골을 터뜨리기 전, 나는 왠지 골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감지하고 내려갔다.

폭스 스포츠에도 잡혔다.

점수판 밑에 떡하니 나와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정말 귀신같이 잘 찍었다.

경기가 끝나고, 아까 위에 표시한 파란색 길을 지나 다시 역에 도착했다. 아 이제 갈 일이 꿈만 같다...라고 생각하고만 있었다. 한껏 흥에 겨운 시드니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고, 반대편 플랫폼에 뉴카슬로 향하는 팬들을 향해 장난스레 노래를 부르며 도발을 했다. 일부 뉴카슬 팬 한 두명이 역 바깥에서 뭐라고 항변했지만 이내 소리는 묻혀버리고 자기 갈 길을 가더라.

사진 오른쪽 역 이름 팻말 'Broadmeadow' 아래에는 'Home of Newcastle Knights'라고 적혀 있다.
정말 AFL의 인기가 대단한가 보다.

사실 호주에 도착해서 럭비나 AFL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이런 공공 기관에도 AFL 팀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이를 자랑스레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이 나라가 얼마나 AFL이라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지 가늠할 수 있다는 잣대다.


역사 한 켠에는 뉴카슬 나이츠의 광고가 붙어 있다.
물론 나는 청주 SK 나이츠가 생각나서 약간 씁쓸하긴 했다.

재미있는 원정길이었고, 결과도 좋았다. 다음에도 원정길이 있다면 동참할 예정이다.

12/16/2011

Central Coast Mariners : a team around Griffiths

센트럴 코스트는 상당히 조직적인 팀이다. 팀에 내세울 스타가 거의 없으며, 클럽의 모토가 지역 사회에 밀착하기인만큼 외국인 선수도 그동안 상당히 적었다. ('센트럴 코스트 마리너스의 돌풍에 대해' 참조) 그런 그들이 2011년 12월 18일 현재 A-리그 정상을 달리고 있다.

초반에 브리즈번 로어가 패싱 축구를 앞세워 공격적인 모습으로 K-리그 전북의 닥공 축구와 비슷한 '로어셀로나'라는 별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되는 사이, 센트럴 코스트는 꾸준히 성적을 내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홈 경기장에서는 계속 지지 않으면서 무패 행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단단한 모습의 바탕에는 강력한 미드필드가 있었다. 브리즈번 로어도 중앙 미드필더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시드니에게 패한 이후 현재 4연패를 당하고 있을 정도로 A-리그에서는 중앙 미드필더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대체 자원이 부족하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아래 모습들은 뉴카슬 제츠와의 F3 더비 이후에 폭스 스포츠에서 분석을 해 준 내용이다. 2012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성남의 상대팀인 만큼 다음 하이라이트에서도 분석이 있다면 캡쳐해 올릴 예정이다.

현재 CCM의 허리를 책임지는 중앙 미드필더인 8번 로스틴 그리피스(Rostyn Griffith)는 이번 센트럴 코스트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다.

네 명의 수비 앞에 위치한 그리피스는 보통 수비적인 위치에서 움직인다.
공격 미드필더인 아미니를 비롯해 4명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이 때 뒤에서 빈 공간을 메꾸어 주는 것이 그리피스.

동시에 중앙 수비수들과도 협력 관계에 있어, 수비 시에는 적극적으로 빈 공간을 메꾼다.

상대방이 측면으로 공을 전개시킬 때에는, 직접 앞으로 나가서 견제를 한다.

화면에서도 보면 알 수 있지만, 상대방이 한시라도 편하게 공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위 두 사진처럼, 역습 때 상대방이 볼을 전개시키려고 공을 끌고 나오면,
그리피스가 달라붙어 쉽사리 공을 전개시키지 못하게 막는다.



중앙 수비수가 역습 시에 발이 느려 공을 처리하지 못하거나,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중 볼을 경합하느라 뒷 공간을 내줄 경우 ,
그 공간을 채우는 것은 바로 그리피스.

상당히 핵심적인 선수로, 만약에 성남이 완벽하게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그리피스가 힘을 쓰지 못하도록 여러 명의 미드필더를 동시에 전진시키거나 공격수가 내려와서 측면에서 전개 후 들어갈 수 있어야 할 듯 싶다.

만약 공격 전개가 늦어진다면, 센트럴 코스트 수비수들은 모두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빠른 역습 전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패스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한 데, 이는 공을 뺏기자마자 바로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CCM의 특기이기 때문이다.

수비 라인은 낮게 유지하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간간히 역습을 바탕으로 하는 팀을 만나면 고전할 수 있는 것이 CCM의 축구일 것이다.

12/13/2011

the way to the Bluetongue Stadium..

센트럴 코스트의 홈 구장, 블루통(Bluetongue) 스타디움.

사실 블루통(Bluetongue)의 이름은 블루통 호주 도마뱀(Bluetongue Australian Lizard)에서 따온 이름이다. 실제로 파란 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마뱀이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축구 경기장에 이 이름이 붙게 된 사연은, 바로 블루통 라거(Bluetongue Lager) 때문. 블루통 라거의 양조장은 센트럴 코스트에 위치해 있다.

블루통 라거의 모습. 출처 : 공식 홈페이지(www.bluetongue.com.au)


원래는 센트럴 코스트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이 경기장은 지역 기업이기도 한 블루통 라거가 2011년 들어 후원을 시작하여 블루통 스타디움으로 불리게 되었다. 경기장 4면 중 한 면이 야자수로 되어 있고, 그 뒤에는 들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이 경기장은 NSW주를 잇는 시티레일(City Rail) 역 중 고스포드(Gosford) 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진짜 엄청 가깝다. 빨간 선은 이동 경로.

사실 호주에 지난 2011년 11월 25일 도착한 후 바로 26일에 겁없이 고스포드로 향해 A-리그 센트럴 코스트 마리너스 v 멜버른 하트를 보았다. 그리고 지난 2011년 12월 10일, 로컬 팀인 시드니는 골드 코스트로 원정을 떠났고, 센트럴 코스트 마리너스는 뉴카슬 제츠와 F3 더비를 한다기에 다시 한번 고스포드로 길을 떠났다.

특히, 우연히도 성남 일화 천마가 2012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센트럴 코스트 마리너스와 한 조에 걸리게 되면서, 어쩌면 한 명 정도는 한국에서 원정을 오지 않을까 싶어 경기장 안내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시드니 한인 교민회는 알아서 오실 거다. 2009년 포항 스틸러스가 같은 조에 걸려서 센트럴 코스트에 왔을 때에도 생각보다 꽤 많은 숫자의 교민들이 오셨다고 시드니 팬 친구에게 들었다. 웹을 찾아보니, 버스를 대절해서 올 정도로 숫자가 좀 되셨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과연...)

* 참고로 이 사진들은 지금까지 보러 갔던 두 경기 일자에 찍은 사진들을 조합한 것이다.

보통 센트럴/스트라스필드/에핑/혼즈비에서 타기를 추천한다.
시티에서 어림잡아 65 Km 되는 거리여서 간간히 서는(Limited Stop) 열차가 주로 가기 때문.

약 10 달러가 조금 넘는 고스포드 왕복 표를 끊어 기차를 타고 하염없이 북쪽으로 향하는 것이 제일 큰 일이다. 사실 난 시드니FC를 보러 다닐까 센트럴 코스트를 보러 다닐까 좀 고민을 하다가 시드니를 보러 다니기로 했는데, 그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의 지루함과 비용 때문이었다.

시드니FC는 이미 주 단위로 끊는 표로 센트럴(Central)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도 10 분이기 때문에 교통비가 따로 드는 일도 없다. 그러나 고스포드는 10 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내가 쓰는 돈이 30불이 넘게 되는 경우가 잦다. 특히 늦은 경기는 돌아오는 길이 힘들기 때문에 더욱 꺼리게 되었다.


또한 시간도 시간이지만, 열차 내에서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
2번째 가는 길부터는 질린다.

게다가 기차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 이번 주말 3시간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뉴카슬 원정을 앞두고는 반드시 포포투(FourFourTwo)잡지를 사 가서 읽으면서 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열차 내에서 빵빵 터지는 3G와 더불어 무료 와이파이까지 제공되는 것과는 달리, 호주에서는 역에서만 잘 터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내를 통과하는 라인에서도 그렇다는 것이 좀 짜증이 난다.

나름 풍경 자체는 꽤나 아름답다.

약 60km의 거리를 1시간 40분여 달리고 나면, 기차는 고스포드 역에 도착한다. 고스포드역에 도착하기 직전 기차는 바다처럼 드넓은 만 구석을 가로지른다.


고스포드 역 승강장.

여기서 내린 후 부터는 쉽다. 개찰구를 나오자마자 왼쪽(오른쪽은 주차장이다)으로 나와 한 바퀴 계단을 돌아 내려가면 거리가 나오는데, 바로 오른쪽으로 따라 내려간다. (이 때부터 맨 위 지도의 빨간 선 시작)

그러면 그 큰 길과 오른쪽에 좁은 길이 하나 더 있는데, 경기장에 빨리 가려면 오른쪽 샛길로 간다.

샛길에 들어선 이후 찍은 사진. 근데 어차피 축구 경기장 가는 길이라는 게,
경기날 홈 팀 유니폼 입은 사람들만 잘 따라가도 찾는다.

정처없이 내려가다보면 커다란 주차장을 만난다.

멋대가리 하나 없는 주차장.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간다.


주차장에서 나오자마자 큰 사거리를 하나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어떻게든 2시 방향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지난번에는 직진을 했으니, 이번에는 우회전을 했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노란 간판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경기장이 보인다.
경기장 앞 도로는 영국처럼 아예 막아놓고 팬들만 발로 돌아다니게 한다.

또한 더비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뉴카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은 특이할 만 했다. 트위터로 시드니FC 친구에게 물어보니 원래 호주의 축구 더비는 시드니-멜버른 / 멜버른-아들레이드 빼놓고는 평화롭다고 한다.


위 사진 오른쪽에 노란 티케텍 붙은 곳이 티켓 오피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아래와 같다.

평소 AUD 22 이던 티켓 값이 F3 더비를 맞아서는 AUD 25로 올라갔다. 사실 AUD 30이라도 봤을 거다. 이번 경기는 특히 상승세에 있는 두 팀이 붙는 경기이면서도 센트럴 코스트가 홈 무패 기록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있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왔다.


경기 3시간 전에 도착했을 때 찍었던 사진.
정말 할 일 없다. 절대로 너무 일찍은 가지 마라.

고스포드는 정말 여유로운 전원 타운이다. 유색 인종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시내 중심부의 커리 하우스(Curry House)나 맞은편 아카이드(Arcade)의 Kim's Kitchen(무려 한국인!)에서 일하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정말 다 백인 뿐이다.

심지어 이 날 경기장에서도 내가 좀 튄 이유는 성남 유니폼을 입고 가서가 아니라 아시안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유색 인종 드물어 보이는 동네다.



스탠드가 없는 쪽은 만이 전부다. 정말 경관 좋은 경기장.

사실 CCM을 보면서 성남이 생각난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다. 유니폼 색깔, 리그 비인기팀이면서도 수도권 팀이라는 점. 또 하나는 바로 경기장의 위치가 좋다는 점이다.

물론 성적은 완전 반대였지만 (그래도 이번 시즌 CCM은 굉장히 잘한다) 만약 시드니FC가 근처에 있지 않았다면 아마 CCM을 주저 없이 응원했으리라. 물론 NSW 주 기차에서의 1시간 40분은 서울 지하철 2시간 반 정도의 지루함을 선사한다.


경기장 입구는 단 두 곳. 내가 들어온 곳과 대각선 맞은 편이다.
제일 싼 General Admission은 본부석 가운데 부분을 빼고는 거의 모든 부분을 커버한다.
올라가서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원정석은 왼쪽 제일 끝이다. 구석에 처박아 놓고 동선에서 완전히 분리시키겠다는 이야기. 뉴카슬 경기 날에는 뉴카슬 팬들이 꽤나 많았지만, 제일 처음 본 멜버른 하트 경기 날은 하트 팬이 거의 없었다. 비행기를 1시간 반 타고 와서 다시 1시간 반 넘게 기차를 타야 올 수 있는 원정인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경기가 한 낮 경기라면 (이는 5시 킥오프도 포함한다) 절대로! 절!대!로! 왼쪽 일반석 가서 앉지 말길 바란다. 앉더라도 맨 윗자리 앉는 게 편하다. 왜냐하면 호주의 뜨거운 태양의 UV를 그대로 뒤집어 쓰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카슬 전에서 찍은 사진.
경기장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야자수는 블루통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CCM의 홈 구장인 블루통 경기장에 가는 길은 간단하다. 아마 다음 방문은 31일 골드 코스트 유나이티드와의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A-리그에서 팬 없는 축에 속하는 두 팀이 만난다면 굉장히 휑할 것 같다. 그러나 나름 꽤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구장이니만큼, 종종 와서 축구를 즐기고 싶다.